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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하루

퇴역하는 20여년 지기 '탱크'

대우전자에서 생산한 냉장고인 '탱크'가 퇴역을 하게되었다. 

 

1994년 봄에 내가 번돈으로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새 냉장고여서 의미도 있었고 말썽도 부리지 않아 정이 많이 들었으며 우리 가족에게 시원한 음식을 제공한 20년지기 집사를 내보낼려니 마음이 애틋하였다.

 

 

결혼 전이어서 결혼할 때 신혼살림 비용에도 보탬이 되었고  이사갈때 마다 주방을 지켜주며 집안의 한 구성원으로서 매 끼니때마다 내려다보던 지킴이었다. 

 

자신보다 키가 더 큰 냉장고를 조심스럽게 닦던 엄마도 돌아가시고

매달 할부금을 채워주던 나도 50대 초반이 되었고

식사때마다 문을 여닫던 얌전하던 새색시도 벌써 흰머리 잔소리꾼이 되었고

문에 매달려 얼음을 꺼내먹던 막내도 중학생이 되었다.

 

너무나 조용하게 옆을 지켜주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냈는데

기계도 세월을 견지지 못하는것 같다. 냉장고 알람소리가 계속 들려 살펴보니

문이 약간 내려앉아 실내등도 계속 켜져있고 틈사이로 냉기가 계속 세어 나오고 있었다.

평소 현관 문이나 방문, 가전제품, 보일러 등도 고치던 나도 이번 만은 자신이 없어 결국 퇴역시키기로 하였다.

 

22년 째 자리를 지키던 탱크를 보내고 다음 지킴이도 대우전자의 후신인 동부대우전자제품으로 구입을 하였다.  가격도 좋았고 자꾸만 탱크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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