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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농사/4년차

분무기 월동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걸어서 출퇴근한다.  후드달린 점퍼에, 목도리에, 마스크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둔치와 강둑을 걷는다. 마스크때문에 안경을 쓸수없어 나안으로 걷다보면 가끔 지인들이 인사를 한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하지만 그렇지 못하니 미안한 맘이 앞선다.

강둑을 걷다보면 양쪽으로 나목의 벗나무가 도열된 의전대 병사로도 보인다. 나의 호두나무가 저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저넘은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저넘은 참 잘생겼다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농원에 있는 분무기의 물을 빼지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판매처에 전화를 해보니 반드시 물을 빼야하고 시기상 늦은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빼야한다고 하여 출근해 급한 일을 마무리 하고 오후에 조퇴를 하고 농원으로 향했다.  마을에 쌓여있는 유박비료를 두번에 걸쳐 농원으로 옮겨 놓고 눈이 올것같아 차량은 입구에 세워놓고 걸어서 농막으로 향했다.  분무기 흡입부분을 분해하니 안에 남아있던 물이 쏟아져 내렸다.  저것이 얼으면 분명 흡입구가 터졌으리라 생각하니 늦게나마 물을 뺀것이 다행이었다.

분무기 위치를 새로 놓은 후에 내년 봄에 식재할려고 파놓은 구덩이에 유박비료를 살포하다보니 눈발이 거세어졌다. 시간으로 봐선 일을 더해도 되겠다 싶어 일을 더하다 보니 진짜 눈이 펑펑 쏟아졌다.  급한 맘에 대충 정리를 하고 내려오는데 흰옷을 입은 호두나무에 눈 내리는 모습이 보기좋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한적한 눈오는 겨울 산의 경치를 즐기면서 내려와 차를 타려다 보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려 700m 고갯길을 넘을 까? 아니면 먼 길을 걸어서 갈까? 하다가 고갯길을 넘기로 했다.  벌써 고개정상에는 눈이 쌓여 4륜을 넣고 서행을 하며 고갯길을 내려왔다.  전에 몇번 스키를 타서 눈이오면 무조건 돌아서 온다고 했건만 또 다시 모험을 했다.  겨울준비 매뉴얼을 작성해 놓아야 하겠다.  계곡에 있는 집수통 막기, 변기와 분무기 물빼기 등등-------   

흰 갑옷을 입은 나의 병정들!

무서울 정도로 쏟아지는 눈. 금방 길위에 눈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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